서민의 삶을 달래주다, 태평추

2021. 10. 1. 09:28구석구석 먹거리/별식&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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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별식(別食)&별미(別味)]

별식(別食)은 늘 먹는 음식과 다르게 만든 색다른 음식. 또는 평소에 먹던 것과는 다르게 만든 색다른 음식을, 

별미(別味)는 특별히 좋은 맛. 또는 그 맛을 지닌 음식을 뜻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하며 맛 본 별식, 별미를 소개한다.


[태평추]

태평추는 태평초, 묵두루치기, 돼지묵전골 등으로도 불린다. 예천, 영주, 안동 등 경북 지방의 별식으로 일반 식당에서도 맛 볼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발간한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은 "태평추는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참기름으로 볶다가 김치, 대파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인 다음 메밀묵, 대파, 당근, 황백지단을 돌려 담아 더 끓여 국간장(또는 소금)으로 간을 하고 구운 김을 올린 것이다. 태평초, 묵두루치기라고도 한다.

‘돼지묵전골’의 일종으로 경북 지방에서는 별식으로 매우 유명한데, 궁중음식인 탕평채가 경북에 전해지면서 서민들이 먹는 태평추가 되었다고 한다." 라고 설명한다.

안도현 시인도 한계레 신문에 태평추를 "문자에 어둡던 옛사람들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탕평의 의미를 잘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탕평채를 태평추로 잘못 알아듣고 묵을 데워 먹을 때 이 이름을 줄곧 써온 것으로 보인다. 세상은 태평하지 않았으니 묵을 먹을 때만이라도 태평성대를 꿈꾸었던 것"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태평추의 이름도 조금씩 달리 부르고 유래도 명확하지 않다. 탕평의 의미를 잘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도 예천, 영주, 안동의 서민들은 태평추에 밥 또는 술 한잔을 곁들여 먹는다. 궁중과 양반의 음식이기보단 서민들의 삶을 지켜주고 위로해주던 먹거리로 보인다.


[경북 예천 동성분식]

예천 읍내 파라다이스호텔 맞은편 골목에 있는 30여년 전통의 노포다. 식당 간판에 태평추전문이란 글씨가 보인다. 식당 입구 문에 걸린 플래카드에도 '예천의 고유음식 태평추'라고 씌여 있다. 

주인 할머님이 혼자 운영하신다. 직접 손으로 만든 메밀묵과 태평추를 맛볼 수 있다. 예전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기도 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셔서 대중없이 쉬는 날도 많다고 한다.


"서민의 삶을 달래주다"

태평추(막걸리와 태평추를 주문한다. 꽃 그림이 그려진 쟁반에 자박하게 끓인 태평추, 열무김치, 얼얼하고 칼칼한 삭힌 고추지, 꼬독꼬독 씹히는 무말랭이 등을 담아 내준다.

태평추는 노란 양은 냄비에 돼지고기를 볶다가 묵은 김치, 메밀묵을 썰어 넣고 육수를 부어 자박하게 끓여 김 가루, 푸른 생배추를 얹는다.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맛을 본다.

사르르 녹는 보들보들한 메밀묵, 아삭하게 씹히는 시금한 묵은 김치, 고소한 돼지고기가 한데 어우러진다.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입안을 감친다. 막걸리 한잔 더 들이켠다.

이름이 어떻든, 유래가 어떻든지 알 바 아니다. 서민들의 태평성대의 꿈은 크지 않다. 소박한 재료가 어우러져 속을 위로해주는 찌개 한그릇에 막걸리 한잔 곁들일 수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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