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숭깊은 속풀이 맑은국, 복국(Puffer Soup)

2022. 1. 3. 07:49구석구석 먹거리/머드러기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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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머드러기]

표준국어대사전에 설명된 '머드러기'는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또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여행하며 맛 본 내 인생의 머드러기 먹거리를 소개한다.


국문명 : 복국(bokguk) 음식분류 : 국 재료분류 : 부식류 

다국어 : bokguk, Puffer Soup, ふぐスープ, 河豚汤, 河豚湯

 

복어 뼈와 채소로 끓인 국물에 복어, 미나리, 콩나물 등을 넣고 맑게 끓인 국이다. 소금으로 간하고 기호에 따라 식초를 조금 넣어 먹기도 한다.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  

 

A clear soup made by boiling puffer bones and vegetables and then adding puffer, water parsley, and bean sprouts and boiling again. Seasoned with salt and vinegar, depending on one’s taste, this dish is an effective hangover remedy.   

 

ふぐの骨と野菜で煮たスープにふぐ、セリ、豆もやしなどを加えた澄まし汁。塩で味を調える。好みにより酢を入れて食べる場合もある。二日酔いにぴったり。  

 

用河豚骨和蔬菜熬制高汤,再加入河豚肉、水芹、黄豆芽等蔬菜一起熬煮即可。以盐调味,也可根据喜好加入些微醋,对解酒很有帮助。  將河豚、水芹、豆芽等放入用河豚骨頭與蔬菜熬製的湯裡繼續煮,是一種清湯。用鹽調味,可根據喜好放點醋。河豚湯是解酒效果非常好的醒酒湯。

 

출처:한식진흥원


[경남 진주 하동복집]

 

진주 중앙시장 안 1955년 개업한 복국 노포다.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도 선정되었으며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복집으로 알려져 있다.

 

양은 냄비에 내주는 맑은 국물의 개운한 복국이 대표 음식이다. 대접에 복국 속 콩나물, 미나리와 밑반찬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도 맛깔나다. 복수육, 아귀찜, 아귀수육도 맛볼 수 있다.


"속도 풀어주고 든든하게 해주는 복국"

복국(복국을 주문한다. 색바래고 우그러졌지만 원 모양을 간직한 큰 양은 쟁반에 밥, 복국, 밑반찬 등이 깊이와 넓이가 다른 동그란 접시 안에 담겨 있다. 동그라미 밥상이다.

 

뽀얀 공깃밥 옆으론 복국이 담긴 빛바랜 노란 양은 냄비가 놓여 있다. 불과 세월에 맞서며 몸통은 은색으로 변하고 손잡이엔 그을음의 검은색을 덧입었다. 흐릿하지만 노람도 속으로 간직하고 있다. 노포의 세월과 함께한 흔적이다. 그 안에서 복국이 파르르 끓으며 하얀 김을 가쁘게 내쉰다. 

 

다른 동그라미로 눈길을 돌린다. 초장, 멸치볶음, 마늘장아찌, 무김치, 김무침, 무채를 넣은 파래 초무침, 젓갈, 양념장 등 밑반찬이 제 깊이와 넓이에 알맞은 둥근 접시에 담겨 있다.

 

전체를 훑어본 눈은 다시 복국으로 향한다. 가쁜 숨을 멈춘 복국 속엔 손질된 밀복과 콩나물, 미나리 등이 또렷하게 보인다.

 

생강을 갈아 넣은 식초 양념장으로 간을 맞춘 후 맑은 국물을 한 숟가락 크게 떠먹는다. 국물이 삼삼하고 개운하다. 식초의 여릿한 신맛이 입맛도 돋우고 풍미도 더한다. 숟가락질 몇 번 더하다가 냄비 두 손잡이를 잡고 후루룩 마신다. 목젖을 시원하게 타고 넘어간 국물이 속을 부드럽게 다독여 준다. 

 

국물을 마신 후 육질이 탱탱한 밀복 살밥을 초장에 찍어 먹는다. 밀도 높은 복어 살이 어금니에 콕콕 박힌다. 부드럽고 담박하다. 초장의 달금하고 새곰한 맛이 더해지며 여린 감칠맛을 엇달랜다.

 

김 가루가 담긴 대접에 복국 속 콩나물과 미나리, 곁들여 나온 밑반찬, 밥을 담고 새곰한 초장으로 쓱쓱 비빈다. 복국 국물도 몇 숟가락 넣어 비비면 밥알이 촉촉해진다. 먹기에도 좋고 풍미도 살리는 비빔밥이 완성된다. 다양한 씹힘은 덤이다.

 

복국은 백반의 중심인 밥에 어우러지는 국으로도 손색없고 술꾼들의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전일 먹은 술을 잊히게 해주는 웅숭깊은 속풀이 해장국이다. 속을 후련하게 풀어주기도 하고 든든하게도 해주는 일석이조 복국 밥상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동그라미 하나 무심코 그려본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밥상. 이른 아침 진주 '하동복집'의 동그라미 밥상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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