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을 마시다, 막걸리(Unrefined Rice Wine)

2020. 10. 5. 10:09구석구석 먹거리/머드러기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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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머드러기]

표준국어대사전에 설명된 '머드러기'는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또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여행하며 맛 본 내 인생의 머드러기 먹거리를 소개한다.


[막걸리]

국문명 :막걸리(makgeolli)

다국어 :makgeolli, Unrefined Rice Wine, マッコリ, 马格利酒, 馬格利酒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의 곡물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한국의 전통주다. 증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막 걸러 마신다 해서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This is a traditional Korean alcoholic beverage made by steaming glutinous and non-glutinous rice, barley, and wheat, mixing them with malt and water, and leaving the mixture to undergo fermentation. Makgeolli is one of Korea’s traditional, non- distilled alcoholic beverages.

もち米、うるち米、麦、小麦などの穀物を蒸し、麹と水を混ぜて発酵させた韓国の伝統酒。蒸留の過程を経ずに「適当にこして(マッコルロ)」飲むことから「マッコリ」という名前が付いた。

将糯米、大米、小麦、面粉等谷物蒸干后加曲子兑水混合发酵而成的韩国传统酒。不经过蒸馏过程,只是将固体物简单地过滤后直接饮用,因此而得名。 把糯米、大米、大麥、麵粉等穀物蒸熟,然後加入酒麴和清水進行發酵的就是韓國傳統酒馬格利酒。這種酒無需蒸餾過程,直接過濾一下就能喝。在韓語裡直接過濾的發音就是馬格利,所以叫做「馬格利」酒。

출처:한식진흥원


막걸리/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원짜리 한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막걸리 빚기 Makgeolli Bitgi(Makgeolli making and sharing)]

막걸리는 쌀 등의 곡물과 누룩, 물로 빚는 우리 고유의 술로서 삼국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빚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선비의 문집(文集) 등에서‘막걸리’로 추측되는 기록이 확인되며, 조선시대‘규합총서’,‘음식디미방’등의 조리서류에서 막걸리의 제조 방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당대 한글 소설 등에서 막걸리의 한글 표현이 확인된다. 

막걸리는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의 대명사가 되었다. 농사꾼들 사이에서는 “같은 품삯을 받더라도 새참으로 나오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라고 할 정도로 농번기에는 농민의 땀과 갈증을 해소하는 농주(農酒)로 기능하였다.

또한, 막걸리는 예로부터 마을 공동체의 생업·의례·경조사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였다. 오늘날에도 막걸리는 신주(神酒)로서 건축물의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 여러 행사에 제물로 올릴 정도로 관련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는 많은 국민이 즐기고 향유하는 대중적인 술이다. 조선 시대까지 막걸리는 집집마다 가양주(家釀酒)로 빚어 집안 특유의 술맛을 유지해 왔으며, 김치, 된장과 같이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발효음식의 하나였다. 근대 이후 국가 정책의 흐름에 따라 가양주 대신 양조장 막걸리가 일반화되고 재료가 변화하기도 하였지만,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자가 제조도 증가하는 추세다.

* 가양주: 집에서 담근 술. 일제강점기에 주세법이 강화되면서 가양주는 밀주(密酒)로 단속의 대상이 됨. 1995년부터 자가 소비용으로 가양주를 제조하는 것이 다시 허용됨.

이처럼 ‘막걸리 빚기’는 무형문화재로서 역사성, 학술성, 대표성, 사회문화적 가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었다.

다만, ‘막걸리 빚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종목으로 지정하였다.

출처:문화재청

대구 남산동 도루묵집, 묵직한 놋쇠 잔술에 따른 막걸리


[강원 속초 번지없는주막]

속초 부영아파트 지나 청대사거리 부근 부흥종합철물 안에 위치한 대폿집이다. 연세 70세 넘으신 몸이 좀 불편하신 주인 할아버지가 만드신 수제 막걸리를 맛볼 수 있었다. 내부에 노래방 기기가 있어 술에 흥이 차오르면 노래도 부를 수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께서 2021년 설날에 돌아가셨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할아버지의 수제 막걸리는 더는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추억 속에 항상 남아 있을 맛이다.


막걸리(부드러운 단맛, 살짝 시큼한 맛, 청량감, 목 넘김 등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맛의 수제 쌀막걸리다. 깔끔한 신맛이 좋다. 집된장, 아삭한 고추, 시큼한 김치, 볶은 멸치, 멸치·고추 조림, 무생채 등 집 반찬을 안주로 내준다. 수제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 시큼하고 짭짤한 양념과 쫀득하고 담백한 도루묵살이 어우러진 도루묵 식해가 일품이다.)


[전남 해남 해창주조장]

1927년 1대 일본인 시바다 씨에 의해 지어져 2008년 4대째 주인 오병인, 박리아씨 부부가 인수하여 운영 중인 양조장이다. 첨가제 사용하지 않고 물, 쌀, 누룩에 시간의 정성을 들여 술을 담근다. 수령 700년 된 배롱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안주 삼아 진짜배기 막걸리를 마신다.


해창 막걸리(찹쌀의 은은한 단맛과 멥쌀의 센맛, 적당한 산미, 목 넘김이 좋은 담백하고 은근한 맛의 무감미료 6도 해창막걸리를 먼저 맛본 후 12도 막걸리를 맛본다. 물이 적게 들어가 찹쌀의 단맛이 좀 더 강하게 나며 신맛, 청량감 등이 조화롭다. 정이 담긴 초코파이와 말린 미역을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


[전북 정읍 전주마트]

정읍 태인면 새마을금고 앞에 있다. 인근에서 나는 농산물 택배도 부쳐주고 판매도 한다. 송명섭 생막걸리 소매 집 겸 마트도 같이 운영하신다. 송명섭 막걸리 한 병 먹으니 여사장님이 갓 담은 알싸한 파김치를 안주로 내준다. 찐 막걸리에 잘 어울리는 안주다. 먹다 보니 송명섭 명인이 직접 막걸리를 배달하는 모습도 보았다.


전통주 죽력고 대한민국 식품명인 송명섭 장인이 운영하는 태인양조장(직접 재배한 우리쌀, 밀누룩, 물로만 발효한 무감미료 막걸리를 빚는다.)


송명섭 생막걸리(밀 누룩과 직접 재배한 쌀로 빚은 텁텁하고 시금한 맛의 무감미료 수제 막걸리다. 전주마트 여사장님이 갓 담은 알싸한 맛과 아삭한 식감의 파김치를 안주로 내준다. 걸쭉하고 순수한 막걸리 한잔에 시골인심이 담긴 파김치를 맛본다. 마트에서 파는 명태포를 살짝 구워 찢어 먹어도 본다. 꿀조합이다.)


[전남 여수 낭도주조장]

여수 낭도 100년 전통가옥에서 4대째 대를 이어 술을 빚는다. 공식적인 기록이 없지만 대한민국 양조장 중 비공식적으로 가장 오래된 양조장(100년 이상 추정, 낭도 살아 계신 분들 증언)으로 남사장님은 말씀하신다. 막걸리 식초로 무친 서대회무침, 해초 비빔밥, 도도리 묵 등에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같이 운영하신다.

2016년 방문시엔 배로 찿았다. 현재는 2020년 2월 말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개통되어 차로도 찿아 갈수 있게 되었다.


낭도주조장 발효실 항아리안 3일 정도 발효된 막걸리에서 부글부글 기포가 올라온다.


낭도막걸리 원주(남사장님이 맛보라고 주신 물과 감미료 타기 전의 원주다. 톡 쏘는 시큼한 맛과 씁쓰래한 맛이 입안을 감싼다.)


낭도막걸리(여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도가식당에서 맛을 보았다. 조갯살을 넣은 고사리무침, 토란대, 열무김치, 아린 맛 강한 채 썬 마늘을 넣은 잔멸치 볶음등에 낭도젓샘막걸리 한잔 마신다. 젖샘에서 난 물로 빚은 막걸리다. 부드럽고 깔끔하다.)


[충남 예산 신암양조장]

제일 높은 진갈색 건물이 100년 전에 세워져 현존하는 건물로 고 조은근 대표가 50년을 운영 후 현재 김윤도 대표가 군대에 가기 전에 이곳에서 일한 인연으로 2005년 인수하여 운영 중이다. 아들분이 대를 잇는 중이다. 양조장 가운데 우물과 습기를 잘 빨아들여서 전통방식 그대로 사용한다는 누룩 담는 오동나무 국함을 볼 수 있다. 2016년 본 오래된 항아리들은 교체가 되어 아쉽다.

좌측(2016년), 우측(2020년) 신암 양조장의 모습


2016년 방문 시 본 소화(紹和, 1926년)라는 작은 글자가 써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항아리에 노랗게 익어가는 막걸리의 모습이다. 오래되고 질 좋은 숨 쉬는 항아리에서 숙성되는 것도 막걸리 맛의 비결 중 하나라고 아드님이 말씀한 기억이 난다.


신암막걸리 원주와 감(친절하게 내부 설명해 주신 아드님이 찬이 없다며 맛보기로 내주신 막걸리가 반 정도 들은 주전자와 주전자에 딱 맞는 잔이다. 양조장 앞 마루에 앉아 한잔 걸친다. 단감이 하나 있다. 먹지 않고 보는 안주로 곁들인다.

주전자에 담긴 술을 잔에 따른다. 소맥분 100%로 만들어 쌀로 만든 흰색 막걸리와 달리 빛깔이 흐리고 진한 색으로 걸쭉한 느낌도 든다. 산뜻한 신맛으로 시작하여 약간의 달짝지근함이 입술에 느껴지다 마지막에 살짝 쓴맛도 난다. 밀 100%로 약간의 텁텁함과 청량감은 적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맛의 막걸리다.)


[전남 화순 도곡합동주조장]

화순 고인돌공원 가기 전 방문한 도곡우체국 부근 50여 년 전통의 양조장이다. 


도곡막걸리(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더운 여름날 남사장님과 잠시 담소 후 맛보기로 주신 막걸리다. 큰 대접에 담아 주신다. 밀 100% 막걸리다.

날이 워낙 더워 다른 맛보단 시원한 물맛이 먼저 느껴진다. 안주는 굵은 소금이다. 더운 날 땀을 많이 흘리니 염분 보충해야 한다며 남사장님이 내준다. 굵은 소금 몇 톨을 입에 넣고 녹여 가며 먹다가 막걸리 한잔 들이킨다. 짭짤한 감칠맛과 시원한 맛이 입안을 맴돌다 식도를 타고 술술 넘어간다. 여름 무더위에 지친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음료다.)


도곡생막걸리(도곡 양조장 부근 백반집 정성 담긴 가정식 반찬들과 우거지를 넣어 끓인 구수하고 개운한 된장 올갱이해장국에 길 건너편 농협 마트서 산 도곡생막걸리 한잔 마신다. 수입산 밀 100%로 약간 텁텁함에 걸쭉함도 있고 신맛이 단맛보단 좀 더 강한 막걸리다.)


[전남 화순 사평주조장]

화순 임대정원림 가는 길 초입에 위치한다. 답사 시 두번 방문했다. 옆에 작은 주막도 있었는데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청주, 동동주, 막걸리 등을 판매하며 통으로 사가는 현지 분들이 눈에 뛴다.


사평장수생막걸리(첫 방문시 옆 주막에서 동동주 드시던 어르신과 합석하여 맛본 막걸리다. 김치, 깍두기. 포무침, 구수한 우거지국을 찬으로 내준다. 어르신이 막걸리 값을 계산해주신다. 시골 인심이다.)


사평장수생막걸리(두 번째 방문이다. 양조장 옆 주막은 하지 않는다. 양조장서 사서 맛을 본다. 단맛은 덜하며 시큼하고 살짝 텁텁하다. 찬이 없다며 새곰하고 달곰한 호박 무침을 내준다. 막걸리와 잘 어우러진다.)


동동주(맛보기로 주신다. 쌀알이 동동 떠 있다. 막걸리보다 단맛이 좀 더 있으며 깔끔한 맛이다. 현지 분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통째로 사 간다.)


[충북 진천 덕산양조장]

1929년에 지은 전통의 슬도가다. 양조장 건물이 근대문화유산으로 3대째 운영되다 현 사장님(오랜기간 전통무예 수련한 분으로 제조 기계 부문 전문가)이 인수하여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하시고 아들에게 대를 잇고 싶어하신다. 지하 암반수를 사용한 쌀막걸리뿐 아니라 한약재를 넣은 천년주나 흑미로 빚은 와인까지 생산한다.


덕산생막걸리(750ml 막걸리를 시음해본다. 시장 기호에 맞춰 단맛을 좀더 늘렸다고 남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약간의 단맛, 쓴맛, 신맛이 적절히 어우러진 목넘김이 부드러운 술이다. 맛보라며 1200ml, 1700ml 막걸리 2병을 주신다. 

청주분들의 놀이터이자 휴식처인 파전집에서 고소한 해물파전을 곁들여 한잔 걸친다. 기름짐도 잡아주고 흥도 돋아주는 묘약이다.)


[충남 서천 옥산집]

서천 판교마을 2남 4녀 6남매 두시고 할아버지께서 환갑도 못 지내고 돌아가시고 큰 따님이 환갑 지났다는 할머니. 말씀도 잘하시고 눈이랑 다리는 불편 하시지만 이랑 귀는 좋으시다는 주인 할머니. 주인 할머님이 2019년 돌아가셨다. 이제 시간과 추억으로 마셔야 한다.


막걸리(오징어젓, 새우젓, 간장, 쌉싸래하고 구수한 도토리묵에 한산모시막걸리 한잔 걸친다. 쌀, 밀가루에 모시 잎을 섞어 만든 특허받은 막걸리다. 맛과 청량감이 어느 쪽으로 튀지 않는다. 막걸리는 사 먹을 수 있지만 이제 더는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찬은 맛볼 수 없다. 사진 속 할머니의 손이 기억에 오래 남을듯하다. 추억과 시간을 간직한 할머니의 손이다. 아련하다.)


[경북 청도 참물샘집]

청도시장 부근 작은 집에서 거주하시며 소일 삼아 장사하시는 살짝 귀는 어두우시나 정정하신 80살 할머님이 운영하셨던 대폿집 겸 식당이다. 2017년부터 몸이 아프셔서 더이상 영업하지 않는다.


부추전과 막걸리(밑반죽을 손으로 치대고 누르고 펴시며 익혀내는 할머님의 손맛이 들어간 부추전이다.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맛에 매운 고추를 약간 넣어 칼칼함을 더하고 듬뿍 든 푸른 부추의 색감, 보들보들한 식감이 좋은 두툼한 부추전이다. 부추전을 깻가루 넣은 짭짤한 집간장에 찍어 시원한 물김치와 곁들여 먹다가 막걸리 한잔 들이킨다. 궁합이 잘 맞는다. 이젠 먹을 수 없어 추억까지 더해진 할머니의 손맛이다.)


[경북 대구 남산동도루묵]

1961년 영업을 시작한 대폿집 노포다.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대물림되었다. 냉장된 불로막걸리를 묵직한 놋쇠잔에 맛볼 수 있다. 번철에 구운 도루묵구이가 시그니처다.


도루묵구이와 놋쇠 잔술(잔술을 시키면 콩나물무침, 조기구이 기본찬을 먼저 내준다. 한잔하다 보면 번철에 구워낸 고소한 기름기를 머금은 부드럽고 담백한 도루묵구이와 찍어 먹는 소금이 나온다. 밀가루로 만든 약간 텁텁하고 단맛 적은 하얀색 병 냉장 불로 막걸리를 넓고 깊은 묵직한 놋쇠 잔에 가득 담아준다. 입술, 입안 모두 시원하다. 담백한 도루묵 속살을 소금에 찍어 먹는다. 입안이 흔쾌함으로 요동친다.)


대를 이어 맛을 전하는 놋쇠 잔(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대 3의 비율로 배합하여 만든 놋쇠이다. 김문익(경기도무형문화재 10호)은 군포시 당동에 위치한 공방에서 전통적인 방짜유기 기술로 주발, 쟁반, 화로, 촛대, 향로, 꽹과리, 징 등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 사용된 바라는 김문익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명인이 만든 잔이 대를 이어 맛을 전하고 있다.)


[경북 군위 한밤마을 구멍가게]

경북 군위 한밤마을 버스 정류장 뒤 구멍가게다. 읍내로 나가는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막걸리 한잔 하러 들렸다.


막걸리(막걸리 한 병 주문하니 묵직한 놋쇠 잔을 내준다. 한잔 따라 마신다. 암반수와 군위 쌀로 만든다. 농도가 짙고 신맛보단 단맛이 좀 더 강하다. 시큼하고 아삭한 김치가 신맛을 메워준다. 시골의 맛이다. 놋쇠 잔의 시원함이 오래간다.)


[전남 순천 조계산보리밥아랫집]

조계산 선암사.송광사 일원 천년불심길 중간에 위치한 보리밥집이다. 산나물에 비벼 먹을 수 있는 비빔밥과 막걸리(동동주)를 맛볼 수 있다. 등산객의 허기와 갈증을 달래주는 곳이다.


보리밥과 막걸리(잡곡밥에 산나물, 반찬 등을 양은 대접에 비벼 먹는다. 막걸리(동동주)를 큰 대접에 가득 담아 내온다. 시원하고 깔끔하다. 허기지고 땀 흘린 상태서 맛보니 꿀맛이다. 친구와 함께 먹어 더 맛깔나다.)


[충남 금산 선술집]

금산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다. 의자 당겨 앉을 수도 있으나 대부분 서서 간단히 한잔 마신다. 간판 상호처럼 서서 먹는 선술집이다.


왕대포(막걸리를 대접에 가득 담아 내온다. 왕대포다. 시금치, 튀밥, 사과, 소금 등을 곁들여 먹는다. 단맛 적은 깔끔하며 시원한 왕대포 한잔에 시름을 달래본다.)


[충남 대전 원조선지국]

대전역 부근 역전시장 안엔 노부부가 운영하셨던 선짓국집이 있었다. 천 원 선지국밥과 선지국수에 왕대포 한잔 할 수 있던 곳이었다.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선짓국 담으시던 주인 할아버지 뒷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때론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식당을 기억하곤 한다.


선지 국수와 왕대포(주변 채소 상인들에게 무료로 받는 우거지, 선지를 넣고 끓인 선짓국에 후추 살짝 뿌리고 삶아 놓은 소면을 넣은 선지 국수에 스테인리스 국그릇 가득 담은 왕대포 한잔을 마신다. 시큼한 깍두기는 국수에도 막걸리에도 잘 어울린다. 행복한 만찬이다.)


[강원 삼척 본전집]

본전집은 삼척 시내 한 모퉁이에서 50여 년 연탄불에 구운 생선구이에 막걸리 한잔할 수 있었던 대폿집이었다. 현재는 영업하지 않는다. 주인 할머님이 연탄불에 임연수 구워 주시던 모습은 추억 속에 남았다.


막걸리와 임연수어구이(자리에 앉아 임연수어구이와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무생채를 내준다. 막걸리 안주론 모자람이 없는 기꺼운 안주다. 두어 잔 먹고 있으면 주인 할머님이 짭짤하게 간이 밴 임연수어를 껍질 부분이 탈 정도로 연탄불에 구워 내준다. 술술 막걸리가 넘어가게 만드는 요물이다.

뼈만 남은 임연수어구이와 빈 막걸리 통은 맛깔남의 흔적이다.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맛이다. 이젠 먹을 수 없지만 내장이 기억하는 무의식의 맛이 되었다.


 [전북 전주 홍도주막]

전주 효자동 서전주중학교 부근 파리바게트 골목 안 대폿집이다. 일식경력 25년, 홍도횟집 10년 넘는 경력 사장님 부부가 IMF때 막걸리집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안도현시인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막걸리와 홍어를 포장해서 보낸 사연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홍탁삼합(홍어삼합이라 부르는 묵은 김치, 돼지고기 수육, 홍어회에 막걸리를 더 하면 홍탁삼합이 완성된다. 잡내 없이 촉촉하게 잘 삶아낸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히 섞인 돼지고기 수육, 5개월 삭힌 톡 쏘는 알싸한 향과 꼬들꼬들 부드럽게 씹히는 홍어, 3년 이상 숙성한 군내 없이 시큼한 김치에 쌀로 만든 단맛, 청량감은 덜하고 깔끔하고 목 넘김이 좋은 탁주 한잔 걸친다. 행복이 입안에 넘친다.)


[경북 영천 광명식당]

영천 블루캐슬모텔 건너 대로변에 있는 중국집이다. 중년 남사장님은 서빙 및 손님 응대하시고 주방은 연세 있어 보이시는 시아버지와 며느님 두분이 계신다. 시아버지 청년 시절부터 개업하셔 50년 정도 영업 중이라고 한다. 신선한 채소와 주문 후 뽑은 생면 등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면을 먹을 수 있다. 가스 불 대신 화력 좋은 연탄불을 계속 사용 중이며 불 꺼지면 영업을 못해 새벽 4시경 남편분이 연탄불 갈아 주는 일을 한다. 결제는 현금만 가능하다. 특이하게 짜장면, 짬뽕에 고봉에 담은 막걸리 드시는 분들이 많다.


짜장면과 막걸리(주문 후 첨가제 사용 적어 보이는 뽀얗고 넓적한 부드러운 생면을 그릇에 담고 돼지고기와 파, 양파, 당근 등 신선한 채소, 춘장 등을 섞어 화력 좋은 연탄불에 기름 적게 사용하여 볶은 짜거나 단맛 적은 삼삼한 짜장 양념을 붓는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즉석에서 만든 간짜장이다. 짜장면 한 젓가락 후루룩 먹고 크고 깊은 고봉 속에 담긴 시원한 막걸리를 들이켠다. 검은 짜장면과 하얀 막걸리의 색감은 대조적이지만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단골분들이 먹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전남 여수 삼학집]

여수 중앙선어시장 부근에서 해양공원 동문파출소 부근으로 이전한 서대회무침으로 유명한 노포다. 식당은 넓고 깨끗해졌지만 운치는 전보다 덜하다.


서대회무침과 막걸리(마늘, 청·홍고추, 부추, 깨, 상추, 듬뿍 넣은 채 썬 무등 채소와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 부위와 서걱서걱한 식감의 씹을수록 달콤한 부위가 섞인 서대를 시원하게 톡 쏘는 막걸리 식초 양념장으로 무친다. 새콤함에 은근한 단맛이 올라온다. 텁텁하지 않은 깔끔하고 시원한 막걸리 한잔 마신다. 홍탁에 못지않은 환상의 궁합이다.)


[경북 대구 행복식당]

대구 반월당역 12번 출구 부근 좁은 골목 안 식당 겸 대폿집 노포이다. 점심 시간대엔 백반을 판매하고 저녁엔 제철 안주에 술 한잔하시는 단골들이 많은 곳이다. 음식이 나오기 전 시그니처인 들깨 볶음을 내준다. 술자리를 고소하게 해주는 더할 나위 없는 안주이다.


불로 막걸리와 들깨 볶음(톡톡 깨 먹는 고소한 들깨 볶음에 대구불로막걸리 한잔 마신다. 안주 나오기 전에 내주는 시그니처 먹거리다. 밀 막걸리의 텁텁하고 투박함에 고소함이 더해진다. 행복한 맛이다.)


[전남 광주 옥자삼합]

광주 두암시장 부근에 따로 간판은 없고 옥자삼합이란 글씨만 쓰여 있다. 20여년 영업하신 친절하신 여사장님과 아들, 아주머니등 세분이 운영한다. 현지 단골분들이 많은 홍어 삼합 전문점이다.


홍탁삼합(잡내 없이 잘 삶아낸 탱글탱글 졸깃한 돼지고기, 톡 쏘는 알싸한 암모니아 향 덜한 보들보들 달금한 살과 오도독 씹히는 부위 등이 섞인 미국산 홍어회, 시쿰하고 짭짤한 맛의 시원한 묵은김치 등 홍어삼합 한 쌈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걸친다. 환상의 궁합이다.)


[경북 경주 황오실비]

경주역 건너편 골목 안에 있다. 현지 단골들이 많아 보이며 친절하고 푸근한 인상의 인심도 좋으신 할머님이 혼자 운영하시는 대폿집이다. 


홍탁(예쁜 접시 위에 고추, 마늘과 길게 썬 무채를 깔고 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홍어회를 가지런히 올린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짭짤하고 시큼한 묵은 김치, 고소한 참기름, 고춧가루, 고추씨 등을 넣은 매운맛 강하지 양념장, 커다란 콩 알갱이가 보이는 구수한 집된장을 곁들여 내준다. 돼지고기 수육이 빠진 홍어 삼합이다. 시원하게 탁주 한잔 걸친다. 홍탁이다. 할머님의 세월을 담은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솜씨가 수육이 빠진 자리를 메우고도 넘친다.)


[강원 강릉 골목집]

강릉 동부시장 안에서 80살 가까이 되셨지만, 젊어 보이시고 고우신 여사장님이 40여 년 가까이 영업 중이시다. 예전 옥계 광산 성황일 땐 시장도 많이 붐볐는데 지금은 상권이 죽어 버려 현지 단골분들 상대로 소일거리 삼아 가게 여신다고 한다. 현지 어르신들 감자전에 술 한잔하시기도 하고 전화로 주문 후 포장해 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감자전과 막걸리(깨끗이 손질한 씨알 굵은 감자를 강판에 간다. 감자전분을 고운 천이 밑에 깔린 바가지에 담고 손으로 눌러 물기를 짠 다음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부쳐 낸다. 수고스러움과 정성이 듬뿍 담긴 감자전이다.

강판에 간 감자전분에 약간의 소금, 부추, 매칼한 청양고추를 넣어 두툼하게 부친다.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안쪽은 작은 감자알갱이가 사근사근 씹히는 쫀득하고, 고소하다. 깨, 고춧가루, 조근조근 씹히는 썬 생부추 듬뿍 넣은 양념간장에 찍어 시원하고 약간의 신맛도 있는 주문진 동동주 한잔 마신다. 궁합이 잘 맞는다.)


[제주 호근동]

제주시청 대로변 건너 골목 안에 위치한 식당이다. 몸국, 창도를, 돔베고기, 한치물회 등 제주색 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후 5시경 열어 새벽 2시 정도까지 영업하신다. 제주시민들이 자주 찾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돔베고기와 막걸리(주문 후 알맞게 삶아진 쫀득한 껍질, 고소한 기름의 비계, 보들보들한 살코기 등이 섞인 배지근한(적당히 기름지고 감칠맛이 난다는 제주말) 제주산 오겹살 수육을 두툼하게 썰어 예스러운 도마 위에 가지런하게 담는다. 돔베고기를 한 쪽에 놓인 굵은 소금에 찍어 국내산 쌀, 제주 암반수로 만든 제주 막걸리 한잔 마신다. 안성맞춤의 조합이다.)


[전남 순천 조계산보리밥원조집]

순천 조계산 천년불심길에 있는 보리밥집이다. 아랫집, 윗집 두 군데가 있다. 땀 흘린 산행객의 허기와 갈증을 풀어주는 곳이다.

몇 차례 산행 때 윗집은 열려 있지 않아 처음으로 방문하였다. 보리쌀이 섞인 밥에 쌈, 시래깃국, 고추장과 채소가 담긴 비빔용 그릇, 밑반찬 등을 내주는 보리밥이 대표 음식이다. 도토리묵, 야채전도 판매한다. 예전엔 남사장님이 직접 만든 수제 동동주도 있었으나 지금은 양조장에 맞춤 주문해 가져온다고 한다. 시중 기성품보단 좋은 술맛이다.)


보리밥과 막걸리(꽃 그림이 그려진 쟁반에 보리, 잡곡, 쌀을 넣어 압력밥솥에 지은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밥과 시래깃국, 밑반찬 등을 빙 둘러 담아 내준다. 밑반찬으로도 술 안주로도 그만이다. 주문한 막걸리(동동주)부터 한잔 들이킨다. 시원하고 깔끔하다. 양조장에서 주문 맞춤한 동동주다. 갈증을 확 풀어준다. 갈증이 풀리니 밥이 눈에 들어온다. 허기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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