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04_보령_인정식당

2021. 1. 7. 07:00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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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경북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04_충남_보령_인정식당]

 

인정식당은 보령 시티타워 맞은편 골목 안에 있는 백반 노포다. 주인 할머님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쟁반에 담으면 할아버님은 서빙 및 손님 응대, 계산을 하신다. 아들 부부가 대를 잇고 있다. 

 

새벽 4시 30분에 열어 오후 1시까지 영업한다. 아욱국, 김칫국, 미역국, 콩나물국 백반을 판매하며 소박하지만 정성 들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보령 여행할 때 아침을 해결하는 곳이다.


"소박하지만 제대로 된 밥상"

미역국 백반(자리에 앉아 백반을 주문하면 따뜻하고 구수한 보리차를 먼저 내준다. 호호 불어가며 마시고 있으면 꽃 그림이 그려진 둥그런 상에 밑반찬과 밥, 미역국을 담아 내온다.

새벽에 갓 지은 따뜻한 하얀 쌀밥을 공기에 수북이 담고 소고기와 미역을 넣어 끓여낸 삼삼한 간의 진한 미역국을 큰 대접에 담아 준다. 백반 상의 기본인 국과 밥이다.

시큼한 볶음김치, 담백한 무나물, 어묵볶음, 달큰한 시금치 나물, 따뜻하게 부쳐낸 달걀말이, 새콤한 물김치, 파와 참기름을 넣은 양념간장, 알싸한 파김치, 조미하지 않은 바삭하고 고소한 구운 김 등 밑반찬이 둥그런 상에 가득 찬다. 수수하지만 정성 담긴 밥상이다.)


아욱국 백반(아침 5시 숙소에서 나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인정식당을 찾는다. 겨울눈이 내린 길에 살얼음이 끼었다. 몇 차례 와 익숙한 길이지만 조심조심 걷는다. 

 

멀리 노란 불빛 입간판에 빨간색 ‘아욱국’이라 쓴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아욱국은 인정식당 대표 음식이다. 식당 근처에 오자 출입문 위 파란 간판에 ‘인정식당’이라 쓴 커다란 하얀 글씨와 멀리서 본 빨간 ‘아욱국’ 글자가 또렷하다. 창문 좌측 ‘아침식사전문 아욱국백반’과 우측 출입문 ‘백반’이라 쓴 큰 글자도 함께 눈에 띈다.

 

4칸의 낮은 계단을 올라 유리 출입문을 밀고 들어선다. 내부에는 이른 아침을 드시는 분들이 여러 명 계신다.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인력사무소 나가시는 분들이다.

 

아욱국 백반을 주문하고 따뜻한 보리차로 추위를 달랜다. 잠시 후 주인 할아버님이 둥그런 상에 국과 밥, 평범하지만 다양한 밑반찬을 담아 내온다. 

 

공기에 꾹 눌러 담은 쌀밥에서 너그러운 인심이 느껴진다. 국은 직접 담근 집된장과 아욱을 넣어 끓인 아욱국이 나온다. 국물만 한술 뜬다. 삼삼하다. 가볍게 술술 넘어간다. 아욱 건더기도 함께 떠먹는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 사이로 알맞게 삶아진 부드럽고 달금한 아욱이 씹힌다. 혀와 어금니뿐 아니라 입안 전체가 기껍다.

 

고추 장조림, 볶음김치, 무나물, 어묵볶음, 달걀말이, 아삭한 무와 짠맛 덜한 국물의 시원한 동치미, 썬 파와 참기름을 넣은 양념간장, 조미하지 않은 구운 김 등 밑반찬과 작지만, 살이 통통한 담백한 조기찜이 반찬으로 더 해진다. 평범하지만 담백한 밥과 잘 어우러지는 찬들을 곁들여 먹는다.

 

아욱국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영양소도 풍부해 기를 북돋우고 입맛도 살려준다. 푸근한 어머니를 닮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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