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먹거리 머드러기_BEST 10

2021. 1. 10. 07:00구석구석 먹거리/머드러기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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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롱이의 먹거리 머드러기_BEST 10]

표준국어대사전에 설명된 '머드러기'는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또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래 사진은 천연기념물 청송 홍원리 개오동나무 답사 후 홍원리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본 사과다. 수확한 사과들 중 사진 좌측 상단에 유독 커다란 사과가 하나 보인다. '머드러기' 사과다.

대한민국 여행하며 맛 본 먹거리 중 머드러기 10가지를 소개한다. 

청송 홍원리 머드러기 사과


1. 소통의 맛_백차

"소통의 맛"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법정스님 상좌 덕조스님이 대화를 마치며 백차라며 주신 차다. 여러 번 마시며 차의 맛과 향이 빠진 심심한 맹물 같은 차다. 보이고 느껴지는 맛은 투명하고 밍밍하지만 그 안에 담긴 다른 맛은 향기가 맑고 맛이 산뜻한 차였다. 스님의 옅은 미소와 맑은 얼굴을 닮았다. 소통의 맛이 담긴 차 한잔이다.


2. 깊은 맛을 내는 할머니 손맛_국수, 부추전

"깊은 맛을 내는 할머니 손맛"

전남 장성 황룡시장 부근 간판은 따로 없고 가게 문에 순대국밥이란 글자만 쓰여 있는 할머니 혼자 하시는 대폿집 겸 식당에서 제비표국수공장 굵은 면의 국수를 맛보았다.

국수에 넣을 채소들을 손질하신다. 국수에 넣을 양파와 쪽파를 칼로 썰어 도마 한켠에 두었다. 나무 도마에 통마늘을 얹고 나무칼자루를 거꾸로 잡고 쾅쾅 때려 으깬다. 쇠로 만든 마늘 다지기 기구나 전기기구로 손쉽게 마늘을 다질 수도 있고 쇠칼로 잘게 다질 수도 있으나 주인 할머니의 선택은 나무로 해박은 칼자루로 짓이기신다. 몸에 배인 오랜 습관이다.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할머니 음식 맛의 비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깊은 맛을 내는 손맛이다.


국수(멸치로 우려낸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에 알맞게 삶아진 탱글탱글하고 매끈한 중간 굵기의 제비표국수공장 동그란 면을 담고 나무칼자루로 짓이긴 마늘과 파, 양파, 고춧가루 등을 얹는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겨 깊은 맛을 내는 국수 한 그릇이다.)


경북 청도시장 부근 작은 집에서 거주하시며 소일 삼아 장사하신 살짝 귀는 어두우시나 정정하신 80살 할머님이 운영하셨던 대폿집 겸 식당이었다. 주인 할머님 몸이 편찮으시며 2017년 문을 닫았다. 투박하게 손으로 부쳐 주던 부추전이 기억에 남는다. 사라졌지만 잊히지 않을 곳이다. 잊히면 슬프다.

밀가루에 약간의 물과 부추를 듬뿍 넣은 밑반죽을 손으로 많이 치대신다. 밀가루와 물은 부추가 결속될 정도로 최소한 사용한다. 프라이팬에 아주 소량의 기름을 두르고 밑반죽을 손으로 눌러가며 펴시며 익혀낸다. 할머님 손이 뒤집개다. 할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담긴다.


부추전과 막걸리(밑반죽을 손으로 치대고, 누르고, 뒤집고, 펴시며 익혀낸 할머님의 손맛이 담긴 도톰한 부추전이다. 듬뿍 넣은 푸른 부추의 색감, 향긋한 향, 보들보들한 식감이 좋다.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맛에 매운 고추를 약간 넣어 칼칼함을 더했다. 

부추전을 통깨를 넣은 짭짤한 집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시원한 물김치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막걸리 한잔 들이킨다. 최고의 궁합이다. 할머니 손맛이 오롯이 담긴, 이젠 먹을 수 없어 추억까지 더해진 부추전이다.)


3. 가볍지만 무거운 맛_자연산 수제 김, 고르매

강원도 고성 교암리 능파대 부근 김 따시는 모습과 채취한 물김이다.


"가볍지만 무거운 맛"

능파대 답사 후 교암리 마을 지나며 할머님이 능파대 부근 바닷가에서 채취한 자연산 물김을 씻어 김발에 널고 계신다. 주변엔 김발에 건조 중인 김도 보인다. 11월~3월까지 채취하며 12월이 제일 맛깔나다고 말씀하신다. 건조한 김은 속초 시장에 가지고 가서 파신다. 바다가 키우고 할머님의 정성과 햇볕, 바람이 만든 김 한 장이다. 가볍지만 무거운 김 한 장이다.

2021년 할머니 김을 구입하려 들렸다가 2020년 할머님이 돌아가셨다고 인근 할머니께 들었다. 자연산 김의 맛도 김을 씻어 발에 널던 할머니의 모습도 아스라이 기억에 남게 되었다.


바닷가에서 채취한 자연산 물김을 씻어 김발에 넌 김(좌측), 발에 널어 건조 중인 자연산 김(우측)


고성 교암리 자연산 건조 김(할머니께 김을 산다. 파래가 약간 섞인 김이 더 맛나다고 하신다. 덤으로 파래가 좀 더 많이 섞인 김도 주신다.)


자연산 김구이(할머니에게 산 김을 가스 불에 살짝 굽는다. 성긴 김 사이로 바닷냄새를 품은 김향이 물씬 풍긴다.)


자연산 김구이(할머니에게 산 김을 프라이팬에 살짝 굽는다. 부드러운 듯 꺼끌꺼끌하다. 짭짤하게 간이 된 바삭한 식감, 진한 김향, 고소한 맛이 뒤섞인다.)


"향수(鄕愁)의 바다나물, 고르매"

강원도 거진항에서 속초로 나오며 교암리에 들렸다. 2019년 3월 자연산 김을 산 기억에 다시금 들리기 위해서다. 자연산 김 산 할머니 집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냉이 씻고 계시는 마을 할머니께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여 드리며 집 위치를 물어봤다. 'OO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냉이 씻던 할머니께 자연산 김 살만한 곳을 여쭤봤다. 할머니네도 자식들과 본인들 먹을 건 했는데 눈과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김이 적다며 주변의 상황들도 같다고 하신다. 자연산 김이 공(功)이 많이 들어가니 만드는 걸 꺼린다며 고르매 30장 정도 말렸다고 한다. '고르매' 첨 듣는다. 바다에서 나는 해초로 김처럼 채취한다고 한다. 10장 정도 살려고 하니 드실 거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미역 주셨던 남성분이 지나다가 대화를 같이하게 되었다. 70장 정도 고르매를 말렸다고 한다. 10장 정도 살려고 하니 이분도 파실 생각은 없다. 할머님이 거들어 주셔서 두세 번 망설이다 결국 파시기로 하고 남성분 집으로 갔다.

냉이 씻던 할머니 고르매는 파래가 섞인 거고 이곳은 고르매와 깔끄매가 섞였다고 한다. 고르매는 찾아보니 나오는데 깔끄매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찌 됐든 바다의 해초고 자연산이고 손으로 일일이 채취하는 수고는 매한가지다. 푸른게 고르매고 검은 건 깔끄매라고 설명해 주셨다.

신문지 크기만 한 직사각형의 말린 고르매를 샀다. 민물에 씻은 건조 미역도 주전부리하라며 조금 주셨다. 지난(至難)한 과정과 수고스러움이 담긴 귀한 먹거리다. 고르매를 알고 계신 분들은 추억의 먹거리고 처음 맛본 분들은 생소한 먹거리인 고르매다. 

고르매는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 강원도 동해안 갯바위 물밑에 자라는 '바다나물'로 고리매, 고르메라고도 부른다.

양식이 되지 않아 사람의 손으로 채취해야 한다. 채취 후에도 바닷물로 씻어내고, 헹구고, 찧어 돌가루, 모래가루도 제거한 후 한 장씩 김 발위에 올려 말리는 지난(至難)한 과정과 수고스러움이 필요하다.

양양 소식지 강원도 외식 저널 대표 황영철 님의 글을 인용한다.

"산은 푸르면 잎이라도 뜯고, 들이 푸르면 뿌리라도 캐내서 먹는다 하지만, 바다는 푸르러도 그 물밑을 알 수 가 없으니, 그저 바라볼 뿐이라 ‘바다’라 이름 지었는지 모르지만, 바다에도 분명 봄은 오고, 그 봄을 따라 돋는 제철 나물이 있다.

바로 동해안의 갯바위 물밑에서 제철마다 돋아나는 파래, 돌김, 고르메라고 부르는 ‘바다나물’이다. 짧고 가늘게 쨀쭘쨀쭘한 ‘고르메’는 파도가 없는 안쪽에서 피고, 파래와 김은 이보다 한 발치 앞선 물밑에서 돋는다. 김, 고르메, 파래를 섞어 말린 것을 ‘막나물’이라 하고, 고르메만 말리면 ‘누덕나물’이라 하며, 음력 동짓날부터 음력 2월까지가 질감은 부드럽고, 입안의 향이 가장 좋을 때이다. 때를 놓치면 막대풍선처럼 마디마디 속에 물이 들어 있는 고르메는 돌가루나 모래가 들어가고, 김과 파래는 질감이 억세지고 누렇게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뜯은 바다 나물은 산나물처럼 곧바로 먹을 수 없이, 공(功)이 많이 들어간다. 빨래를 하듯, 바닷물을 몇 번이고 부어가며 씻어내고, 행궈내고 바닷물까지 짜 낸 후에는, 집에서든 갯돌에서든 얼기설기 찧어야 모래나 돌가루도 골라내고 보들보들해지기 때문이다. 한 장씩 김 발 위에 올린 나물은 양지 바른 곳에 세워 말리면 식감 뿐 아니라, 그 향만으로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동해안의 ‘막나물’이 만들어진다. 이 중에서도 파래 김, 고르메를 섞어 말린 두툼한 ‘막나물’의 맛과 향은 양식 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솔가지로 들기름을 바르고, 은근한 잿불에 슬쩍 굽기라도 하면,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맛도, 입속의 고소함도 어느 것 하나 허투스럽지 않아 왕의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을 봄 바다의 별미이다. 꾸미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먹거리 하나가 동해안 갯바위에 봄이면 제철 나물로 돋는다."

황영철 님 글의 표현을 빌리면 내가 산 고르매는 고르매 양이 많은 막나물에 가깝다. 파래나 김 대신 고르매에 깔끄매(정확히 뭔지 알 수 없는 해초다. 파시는 분이 부르는 이름이다.)가 섞였다.

조리법은 들기름을 발라 석쇠에 올려 화롯불에 굽거나 프라이팬에 김 굽듯이 구워도 되고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화롯불에 구운 마른 고르매를 일품 일미로 친다.


고르매 구이(말린 고르매를 조미 없이 프라이팬에 구웠다. 김보다 투박하고 울퉁불퉁하다. 조금 띠어 맛을 본다. 그냥 먹기엔 짠맛이 강하다. 참가자미와 성대가 섞인 뼈째회를 싸서 먹는다. 바삭하고 투박한 질감에 짭짤한 바다의 향과 풍미가 물씬하다. 담백한 뼈재회가 짠맛을 중화해 준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고르매 냉국(구운 고르매를 김 크기로 잘라 온.냉수를 섞은 미지근한 정수기 맹물에 넣었다. 그냥 먹으면 짠맛이 강했던 고르매는 물에 희석되며 삼삼해졌다. 물에 풀린 고르매는 보기에는 매생이처럼 보인다. 투박하고 억센 질감은 덜하다. 매생이와 곱창 김을 섞은 듯하다. 짙은 바다향은 여전히 강한 고르매 냉국이다.)


고르매 김밥(마른 고르매에 삼삼하게 간한 따뜻한 밥을 깔고 깻잎, 달걀지단, 오이, 우엉, 당근 등 속재료를 넣어 말아 낸 후 참기름을 발랐다. 속재료와 밥의 간이 강하지 않아 짠맛 강한 고르매를 중화시켰다. 먹기 좋을 정도로 짭짤하다. 고르매 특유의 짙은 바다향과 투박한 질감에 속재료의 다양한 식감과 맛이 어우러져 풍미를 배가한다.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바다의 맛을 흠뻑 담은 별미 김밥이다.)


4. 가족이 함께 한 어머니 손맛_닭백숙, 동치미와 돌김 김밥

"가족이 함께 한 어머니 손맛"

닭백숙(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닭집에서 살아 있는 커다란 수탉을 모래집, 발목, 목, 몸통 부위로 손질하여 가져왔다.

압력밥솥에 손질된 커다란 수탉, 전복, 밭에서 캐온 도라지, 건 대추 등을 넣어 푹 끓인다. 잘 익혀진 닭백숙은 커다란 사기그릇에 담아낸다.

삼삼한 국물에 소금간 약간 하고 찰지고 부드러운 찰밥을 만다. 개운하고 고소하다. 겉절이 배추, 호박 나물, 약간 시금해진 아삭한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정성이 담긴 어머니 손맛에 가족과 함께 먹어 더 맛깔난 식사였다.)


닭백숙(압력밥솥에 손질된 커다란 수탉, 전복, 밭에서 캐온 도라지, 건 대추 등을 넣어 푹 끓인다. 고소하고 맑은 기름이 감도는 삼삼한 국물이다. 졸깃한 육질의 살코기, 고소하고 존득한 껍질, 보들보들한 전복, 고독고독 씹히는 닭 모래집, 뭉근하게 삶아진 쌉싸래한 도라지, 달금한 건 대추 등 다양한 식자재에서 우러난 맛과 식감이 어우러져 한층 풍미를 더 한다. 약간의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돌김 김밥과 동치미(바다에서 수확한 돌김, 직접 농사지은 쌀, 텃밭에서 캔 시금치, 농사지어 갓 짜온 신선한 참기름 등을 넣어 말아낸 돌김 김밥과 김장 때 담근 웅숭깊은 동치미다. 동치미의 자연 발효된 탄산 국물이 개운하다. 김밥의 퍽퍽함도 덜 해주고 소화도 돕는다. 찰떡궁합이다.)


돌김 김밥(두툼하고 까슬한 돌김에 소금, 참기름을 넣어 간한 부드러운 밥을 깔고 시금치를 데쳐 삼삼하게 무친 사근사근 씹히는 시금치 무침, 보드라운 달걀지단, 동치미 무를 넣어 말아낸다.

특유의 향과 쫀득하게 씹히는 달금하고 고소한 맛의 돌김, 직접 농사지은 쌀로 지은 하얀 쌀밥, 텃밭에서 키운 푸릇하고 달큰한 시금치, 농사지은 참깨로 짠 깊은 향과 고소한 감칠맛의 참기름, 짭짤한 삭힌 맛과 시원한 맛, 아작아작 씹히는 동치미 무 등이 한데 어우러져 풍미를 돋운다.

소박하고 단순한 식재료로 만들었다. 복잡하지 않은 맛은 고스란히 외곬의 맛으로 저장된다. 시간과 정성, 수고스러움이 듬뿍 담긴 김밥이다.)


5.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은 맛_미역국과 주먹밥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은 맛"

백담사부터 봉정암까지 10.6km, 도보로 통상 6시간 정도 걸린다. 땀흘려 걸어 허기진 시간에 식사 공양을 한다. "반찬이 없는 밥상"인 백반에 걸맞은 절밥이다. 인제 봉정암은 설악산 정상 아래 위치(해발 1,244m)한다. 가장 높은 절집에서 두번의 절밥을 맛본다. 

식사 공양(식은 주먹밥과 오대쌀로 지은 따뜻한 밥을 버섯 넣은 심심한 간의 따뜻한 미역국에 말아 먹는다. 밥과 국에 밑반찬은 아삭한 오이무침 하나다.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속담처럼 배가 고플 때는 밑반찬이 빈약해도 그 맛을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로 음식 맛이 좋다. 땀 흘려 올라와 허기진 시간에 맛 본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은 절밥이다.) 


6. 고됨을 달래주던 추억의 단맛_설탕 국수

"고됨을 달래주던 추억의 단맛"

광주 1913송정역시장 서울떡방앗간의 자연 건조 국수를 사용하는 서울장수국수에서 맛 본 설탕 국수다. 묵직하고 투박한 뚝배기에 생수 물, 일반 소면보다 약간 굵어 보이는 면을 삶아 넉넉하게 담고 설탕을 얹어 내온다. 아삭하게 씹히는 부추 넣은 얼갈이배추, 새곰한 단무지를 곁들여 먹는다.)


설탕국수(갈색의 투박하고 묵직한 뚝배기에 맑고 투명한 생수 물, 뽀얀 면발, 면발보다 더 흰 설탕을 얹었다. 담음새가 정갈하다.

설탕을 면과 생수 물에 섞는다. 무미의 물이 깔끔한 단맛으로 변한다. 달금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강해진다. 일반 소면보다 약간  굵은 면에도 단맛이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스며든다. 부드러움과 졸깃함이 섞인 면에도 달금함이 묻어난다.

아삭하고 풋풋한 얼갈이배추 겉절이를 곁들여 먹는다. 매콤한 양념과 식감이 달큰한 설탕물, 졸깃한 면과 잘 어우러진다. 면을 다 먹은 후 남은 설탕물을 들이켠다. 단맛이 진하다. 달콤하다. 어르신들의 고됨을 달래주던 추억의 맛이다.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설탕국수는 가격도 싸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연세 계신 어르신들이 주로 찾아드신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추억의 단맛으로 뜨내기 여행객은 호기심의 단맛으로 서로 다른 단맛을 느낀다. 

모든 어르신이 같진 않겠지만, 설탕(설탕도 귀해서 사카린, 신화당을 넣어 드셨다고 한다.) 넣은 국수의 단물로 고된 논밭 일로 흘린 땀의 짠물을 씻어내며 피로를 잊으신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7. 신선들이 마신 감로수의 맛_석간수

"신선들이 마신 감로수의 맛"

속초 설악산 금강굴 안에 있는 석간수다. 3차례 맛을 보았다. 땀 흘려 가파른 길 올라 먹는 시원하고 상쾌한 석간수. 신선들이 마셨다던 감로수가 있다면 이 맛이 아닐까?

금강굴 석간수(6월말 무더운 날씨에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붉어지며 땀도 줄줄 흐른다. 입안에 단내가 날 정도로 올라 마신 석간수다. 금강굴(암) 스님이 고생 하셨다며 물을 권한다. 물에도 단내가 난다. 단어는 같은데 다른 단내다. 시원하다. 물이 많이 흐르지 않는다. 아껴 마셔야 한다. 수질시험성적서나 이런거는 없다. 식수로 음용 불가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신다. 단내는 단내로 없앤다.

불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여기까지 온 큰 이유 중 하나는 탁 튀인 설악산의 경치를 보는 것과 석간수를 마시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 한 잔 마시고 그제서야 경치가 보인다. 물 맛처럼 설악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물도 먹고 땀도 식으면 서늘함을 느낄 정도로 금강굴 안은 더위에도 선선하다. 두분 정도 더 오셨다. 그 분들도 석간수를 마신다. 아마 같은 맛일거다. 스님에게 물 잘 먹고 간다 인사 드리고 내려간다.)

금강굴 석간수(6월, 10월, 11월), 3차례 맛을 보았다.


8. 죽음과도 바꿀 만한 맛_복어알젓

"죽음과도 바꿀 만한 맛"

전북 군산 내항 수산물종합센터 2층에 있는 수더분한 인상의 부부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맛본 복어 알젓이다. 횟집으로 업종을 변경 전 남 사장님이 대를 이어 복어 식당을 운영 하셨다. 복어의 특성을 잘 알고 음식을 다룬다. 맹독성이 강해 망설임도 있었지만 청해 먹는다. 호기심이 목숨보다 앞섰다.

숙성한 지 1년 지난 복어 알젓이다. 복어알 모으기도 어렵고 복중에서도 맹독성이 강한 부위라 선입견이 강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요청하는 손님만 내준다고 한다.


복어 알젓(3년 이상 소금에 절여 숙성한 복어알에 고춧가루와 몇 가지 양념을 섞었다. 갈치속젓 느낌의 식감과 짭짤한 감칠맛에 고소함도 느껴진다. 옅은 맛이 아닌 발효한 깊은 맛의 복어 알젓이다.)


밥에 까치복탕의 미나리와 복어 알젓을 넣어 비볐다. 밥알에 버터를 바른 듯 고소한 맛과 짭짤한 감칠맛이 그만이다.


9. 가장 단순한 맛_사찰 국수

"가장 단순맛"

강원도 양양 낙산사는 일반적인 밥 위주의 공양실 외에 국수 공양을 할수 있는 공양간이 따로 있다. 스님들도 미소 짓게 만든다고 하여 승소(僧笑)라 불리는 별식인 국수를 언제든 식사 공양으로 먹을 수 있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돈다.

하얀 대접에 알맞게 삶아 찬물에 씻은 부드러운듯 졸깃한 소면을 담는다. 옅은 갈색빛이 도는 삼삼하고 시원한 감칠맛의 채수를 붓고 양념간장을 얹는다. 가장 단순한 맛의 사찰 국수다. 간결하고 순수함이 주는 깊은 맛을 엿본다.


사찰 문화유산 답사를 하며 거의 대부분 식사 공양은 조계종 사찰에서 먹었다.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인 태고총림 순천 선암사에서 처음으로 식사 공양을 하였다.

공양 시간대에 우연히 마주친 할머님 불자분이 가르쳐 주신 공양간에서 먹은 식사 공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예약하지 않은 비불자의 식사 공양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채수와 간장이 섞인 짭조름한 감칠맛의 장국물과 존득한 메밀면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어린 채소 순, 조미하지 않은 김가루등 단순한 고명이 깔끔하고 담박한 맛을 해하지 않아 좋다. 더할 나위 없는 일미의 메밀국수를 맛보았다.


10. 샘물, 땀방울, 손맛_사발 커피

"샘물, 땀방울, 손맛"

사발 커피(강릉 만월산 현덕사 공양간 여 불자님이 직접 볶고 간 커피콩을 핸드드립 해 막사발에 담아 주신다. 손으로 감싸 안아 마신다. 손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깔끔하고 연한 쓴맛과 구수한 향이 마시는 동안 유지된다.

투박한 막사발에 느껴지는 따뜻한 촉각, 핸드드립 과정을 보는 시각, 쪼르르 커피 내리는 물소리의 청각, 쓴맛의 미각, 구수한 커피향의 후각 등 오감이 어우러진 맛이다. 마음과 기억에도 남은 사발 커피다.)


사발 커피(현덕사 주지이신 현종 스님이 핸드 드립으로 만들어 주신 두 손으로 잡고 먹게 되는 사발 커피다.

산 중턱에서 찾은 샘물을 절까지 연결해 사용하신다고 한다. 그 물을 끓여 간 원두에 내려 주신다. 깔끔한 쓴맛과 구수한 향의 사발 커피이다. 처음 공양간 여보살님이 내려 주신 커피보단 쓴맛이 강하다. 사발 커피와 곁들여 먹게 떡과 과자도 내주신다.

두 손으로 감싸듯이 들고 마시면 커피를 내려준 사람의 정성과 커피의 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산 중턱의 샘물(산 중턱에서 찿은 샘물을 절까지 연결해 사용하신다. 사발커피의 맛 중 한몫을 차지하는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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