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26_청주_앵천식당

2021. 1. 29. 11:32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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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경북 구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26_충북_청주_앵천식당]

청주 한신휴플러스아파트 대각선 골목, 높은 주상복합과 빌딩들 사이에 있는 백반집 노포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 외관과 미닫이문에서 노포의 기운이 느껴진다. '찌개'는 '찌게'라 쓴 곳에서 먹어야 맛나다는 걸 알게 해준 곳이다.

김치찌개, 청국장찌개, 오징어찌개, 동태찌개 등에 주인 할머님이 직접 만든 푸짐한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 찌개백반이 인기다. 오징어 볶음, 돼지고기볶음, 닭볶음탕 등 안주류도 판매한다.

바쁜 점심시간엔 손님들이 밑반찬이 담긴 쟁반도 들고 가고 식사 후 상도 치운다. 시골 할머니 댁에 온 손주들처럼 행동한다. 주인 할머님도 인심 후하게 밑반찬들을 더 내주며 응대한다. 손주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친할머니처럼......


"백반의 완성"

김치찌개 백반(사기그릇에 따뜻하고 흰 쌀밥이 수북이 담겼다. 밑반찬도 꽃 그림이 그려진 둥그런 쟁반 아래위로 첩첩이 쌓아 내준다. 움푹 패인 검은 냄비에 한소끔 끓여진 김치찌개 반찬이 더해지면 주인 할머니 후한 인심이 담긴 백반이 완성된다.

따뜻하고 구수한 쌀밥에 콩나물, 오이무침, 김치, 연근조림, 멸치볶음. 무장아찌, 콩장, 어묵볶음, 가지무침, 도토리묵, 찐고추, 시금치 무침, 열무김치, 버섯, 김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과 시굼한 묵은 김치, 고춧가루, 두부, 버섯, 돼지고기 등을 넣어 끓인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찌개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할머니 연륜이 담긴 음식 솜씨, 따뜻한 정과 푸짐함이 고스란히 담긴 밥상이다.

이곳을 같이 다녔던 친구가 작년 11월 개기월식날 달의 그림자를 따라 하늘로 갔다. 친구를 추억할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라지는 것보다 잊히는 게 슬프다. 기억을 곱씹어 잊지 않을 것이다. 둘다...)


오징어찌개와 오징어볶음 반찬이 더해진 백반이다. 반주를 곁들여도 부족하지 않다. 밑반찬의 구성은 날마다 조금씩 바뀌지만, 따뜻한 하얀 쌀밥을 수북이 담은 고봉밥처럼 주인 할머님 인정은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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