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3. 05:41ㆍ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43_강원_강릉_오복맛집]
강릉역 육거리 강릉연세요양병원 뒷골목 안에 있다. 30여 년 업력의 음식 솜씨와 넉넉한 인심을 지닌 여사장님이 홀로 운영한다. 주문 후 불려둔 콩을 갈아 육수와 함께 끓이는 콩비지 찌개가 대표 음식으로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제육볶음, 대구뽈짐 등도 맛볼 수 있다. 조금씩 바뀌는 정성과 맛이 담긴 밑반찬을 곁들여 내준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밥상"
콩비지 찌개 백반(조가 섞인 따뜻한 밥을 국그릇에 듬뿍 담아낸다. 찌개를 밥과 함께 비벼 먹기 편하게 한 여사장님의 배려다. 대추, 콩, 밤, 견과류를 넣은 오곡밥도 맛보라며 내온다. 하얀 그릇에 10여 가지가 넘는 밑반찬과 뚝배기에 한소끔 끓여낸 콩비지 찌개를 정갈하게 담아 내준다. 보통 8개의 밑반찬이 나온다고 한다. 전날이 정월대보름이어서 나물을 더 내주셨다. 밑반찬 하나하나 허투루 만든게 없다. 솜씨, 마음씨, 맵시가 고루 담긴 밥상이다.
콩비지 찌개는 흔히 먹는 콩물을 뺀 비지도 아니고 비지를 숙성한 비지장도 아니다. 양구에서 맛본 콩탕과도 결이 다르다. 좀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
주문 후 불려 둔 국내산 콩을 갈아 양파, 표고버섯 등과 함께 육수에 넣어 끓인다. 고소하고 부드럽다. 자연적인 달금한 감칠맛에 입안이 흐뭇하다. 중간중간 양파와 버섯이 보드랍게 씹히는 맛도 재미있다.
밑반찬은 사과, 귤 등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과일 샐러드, 산뜻하고 아삭한 배추김치, 사각사각 씹히는 깍두기, 비벼 먹으려고 요청한 구수하고 짭짤한 양념 된장, 오징어를 숙성 시켜 밥과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한 쫀득한 오징어밥식해에 전날이 정월대보름이어서 단골분들을 위해 준비한 나물이 좀 더 차려졌다.
눈개승마, 방풍나물, 검정 목이버섯(버섯 이름이 정확하지 않다. 여사장님은 까마귀 버섯이라 부른다.), 개두릅, 가시오가피 순, 말린 가지나물, 머윗대, 죽순, 무청 시래기 등을 원재료의 식감과 풍미를 해하지 않게 조금씩 다르게 삼삼하게 무쳐 내온다.
정갈하고 정성이 듬뿍 담긴 밑반찬들이다. 허투루 만든게 없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밥상이다.)
비빔밥(오곡밥에 밑반찬으로 나온 나물, 콩비지 찌개, 양념 된장을 넣고 비볐다. 찰진 밥이 부드러워진다. 구뜰하다. 다양한 식감과 맛이 한데 뒤섞여 새로운 다른 맛을 만든다.)
대추차(밥을 다 먹어갈 즘 따뜻한 대추차를 여사장님이 내준다. 진한 대추 향과 은은한 달금함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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