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54_목포_수정보리밥

2021. 4. 12. 08:34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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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경북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54_전남_목포_수정보리밥]

구청호시장 구경 중 난전 상인분에게 밥집 소개 좀 부탁드렸다. 위치를 알려 주기 애매한지 직접 데려다주셨다. 오는 도중 몇 곳의 식당들은 쳐다보지도 않으신다. 여사장님이 택시기사분이냐고 하는 걸 보니 서로 친분도 없다.

목포 구청호시장 안에 있는 남도의 푸짐한 인심이 담긴 밑반찬과 보리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어르신들 간단한 밑반찬에 술 한잔 곁들이는 대폿집도 겸한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 오면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도 한다.


"푸짐하고 게미진 남도의 백반"

백반(수북하게 담은 보리와 쌀을 섞어 지은 까슬한 보리밥에 큼직하게 썬 무, 된장을 넣어 끓인 시원한 뭇국을 내준다. 

밑반찬은 둥그런 양은 쟁반이 모자라 2층에도 포개어 내준다. 삭힌 고추지 무침, 간장 칠게장, 애호박 무침, 멸치볶음, 굴젓, 대파 김치, 칠게장, 밴댕이젓, 끝물이라 맛과 향이 덜하다는 감태지, 부추 넣은 상추 겉절이, 부추 무침, 시금치 무침, 홍어 무침, 조미하지 않은 마른 김, 양념간장, 노각무침, 갓김치 등 밑반찬들과 듬성듬성 썬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어 갖은양념에 볶은 제육볶음, 작은 조기구이 반찬이 더해진다.

바다와 육지에서 나는 식재료들이 골고루 섞였다. 겹치는 찬들이 없다. 간도 짜지 않고 식재료의 맛을 잘 살렸다. 남도의 푸짐한 인심과 여사장님의 솜씨 좋은 손맛이 담긴 게미진 한 상이다.

시장통 구석에 있지만, 맛과 푸짐함은 대도시 빌딩 속 고급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다. 물론 가격도 적당하다. 7,000원의 흔쾌한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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