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의 바다나물, 고르매

2021. 3. 1. 08:04구석구석 먹거리/별식&별미

반응형

[구석구석 별식(別食)&별미(別味)]

별식(別食)은 늘 먹는 음식과 다르게 만든 색다른 음식. 또는 평소에 먹던 것과는 다르게 만든 색다른 음식을, 

별미(別味)는 특별히 좋은 맛. 또는 그 맛을 지닌 음식을 뜻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하며 맛 본 별식, 별미를 소개한다.


강원도 거진항에서 속초로 나오며 교암리에 들렸다. 2019년 3월 자연산 김을 산 기억에 다시금 들리기 위해서였다.

마을 초입에 미역을 말리는 모습이 보여 관심을 두고 보다가 중년 남성분과 말을 나누게 되었다. 아야진에서 채취해 민물에 씻어 말린다며 반 건조된 미역을 조금 주신다. 생미역이나 일반 건조미역과 맛이 다르다. 짠맛은 덜하고 씹을수록 감칠맛에 단맛이 풍부하다. 본인이 먹으려고 민물에 일부러 씻어 말린 거로 맥주 안줏거리나 간식거리도 먹으면 좋다고 한다.

미역 말리는 모습


대화를 마치고 자연산 김을 산 할머니 집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냉이 씻고 계시는 마을 할머니께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여 드리며 집 위치를 물어봤다. 'OO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자연산 김의 맛도 김을 씻어 발에 널던 할머니의 모습도 아스라이 기억에 남게 되었다.

2019년 3월, 자연산 김을 씻어 발에 너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냉이 씻던 할머니께 자연산 김 살만한 곳을 여쭤봤다. 할머니네도 자식들과 본인들 먹을 건 했는데 눈과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김이 적다며 주변의 상황들도 같다고 하신다. 자연산 김이 공(功)이 많이 들어가니 만드는 걸 꺼린다며 고르매 30장 정도 말렸다고 한다. '고르매' 첨 듣는다. 바다에서 나는 해초로 김처럼 채취한다고 한다. 10장 정도 살려고 하니 드실 거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미역 주셨던 남성분이 지나다가 대화를 같이하게 되었다. 70장 정도 고르매를 말렸다고 한다. 10장 정도 살려고 하니 이분도 파실 생각은 없다. 할머님이 거들어 주셔서 두세 번 망설이다 결국 파시기로 하고 남성분 집으로 갔다.

냉이 씻던 할머니 고르매는 파래가 섞인 거고 이곳은 고르매와 깔끄매가 섞였다고 한다. 고르매는 찾아보니 나오는데 깔끄매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찌 됐든 바다의 해초고 자연산이고 손으로 일일이 채취하는 수고는 매한가지다. 푸른게 고르매고 검은 건 깔끄매라고 설명해 주셨다.

신문지 크기만 한 직사각형의 말린 고르매를 샀다. 민물에 씻은 건조 미역도 주전부리하라며 조금 주셨다. 지난(至難)한 과정과 수고스러움이 담긴 귀한 먹거리다. 

주문진 횟집의 옆 손님, 강릉 식당 여사장님, 강릉 감자집 할머님, 태백 분식집 여사장님께 나눠 드렸다. 고르매를 알고 계신 분들은 추억의 먹거리고 처음 맛본 분들은 생소한 별미 먹거리인 고르매다. 

강원도 고성에서 산 고르매


"향수(鄕愁)의 바다나물, 고르매"

고르매는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 강원도 동해안 갯바위 물밑에 자라는 '바다나물'로 고리매, 고르메라고도 부른다.

양식이 되지 않아 사람의 손으로 채취해야 한다. 채취 후에도 바닷물로 씻어내고, 헹구고, 찧어 돌가루, 모래가루도 제거한 후 한 장씩 김 발위에 올려 말리는 지난(至難)한 과정과 수고스러움이 필요하다.

양양 소식지 강원도 외식 저널 대표 황영철 님의 글을 인용한다.

"산은 푸르면 잎이라도 뜯고, 들이 푸르면 뿌리라도 캐내서 먹는다 하지만, 바다는 푸르러도 그 물밑을 알 수 가 없으니, 그저 바라볼 뿐이라 ‘바다’라 이름 지었는지 모르지만, 바다에도 분명 봄은 오고, 그 봄을 따라 돋는 제철 나물이 있다.

바로 동해안의 갯바위 물밑에서 제철마다 돋아나는 파래, 돌김, 고르메라고 부르는 ‘바다나물’이다. 짧고 가늘게 쨀쭘쨀쭘한 ‘고르메’는 파도가 없는 안쪽에서 피고, 파래와 김은 이보다 한 발치 앞선 물밑에서 돋는다. 김, 고르메, 파래를 섞어 말린 것을 ‘막나물’이라 하고, 고르메만 말리면 ‘누덕나물’이라 하며, 음력 동짓날부터 음력 2월까지가 질감은 부드럽고, 입안의 향이 가장 좋을 때이다. 때를 놓치면 막대풍선처럼 마디마디 속에 물이 들어 있는 고르메는 돌가루나 모래가 들어가고, 김과 파래는 질감이 억세지고 누렇게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뜯은 바다 나물은 산나물처럼 곧바로 먹을 수 없이, 공(功)이 많이 들어간다. 빨래를 하듯, 바닷물을 몇 번이고 부어가며 씻어내고, 행궈내고 바닷물까지 짜 낸 후에는, 집에서든 갯돌에서든 얼기설기 찧어야 모래나 돌가루도 골라내고 보들보들해지기 때문이다. 한 장씩 김 발 위에 올린 나물은 양지 바른 곳에 세워 말리면 식감 뿐 아니라, 그 향만으로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동해안의 ‘막나물’이 만들어진다. 이 중에서도 파래 김, 고르메를 섞어 말린 두툼한 ‘막나물’의 맛과 향은 양식 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솔가지로 들기름을 바르고, 은근한 잿불에 슬쩍 굽기라도 하면,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맛도, 입속의 고소함도 어느 것 하나 허투스럽지 않아 왕의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을 봄 바다의 별미이다. 꾸미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먹거리 하나가 동해안 갯바위에 봄이면 제철 나물로 돋는다."

황영철 님 글의 표현을 빌리면 내가 산 고르매는 고르매 양이 많은 막나물에 가깝다. 파래나 김 대신 고르매에 깔끄매(정확히 뭔지 알 수 없는 해초다. 파시는 분이 부르는 이름이다.)가 섞였다.

조리법은 들기름을 발라 석쇠에 올려 화롯불에 굽거나 프라이팬에 김 굽듯이 구워도 되고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화롯불에 구운 마른 고르매를 일품 일미로 친다.


고르매 구이(주문진 한 횟집에서 요청해 프라이팬에 구운 고르매다. 수고비를 드린다고 했지만 요청하는 입장이라 들기름까지 발라 달라곤 할 수 없었다. 물론 수고비도 받지 않으셨다.)


고르매 구이(말린 고르매를 조미 없이 프라이팬에 구웠다. 김보다 투박하고 울퉁불퉁하다. 조금 띠어 맛을 본다. 그냥 먹기엔 짠맛이 강하다. 

참가자미와 성대가 섞인 뼈째회를 싸서 먹는다. 바삭하고 투박한 질감에 짭짤한 바다의 향과 풍미가 물씬하다. 담백한 뼈재회가 짠맛을 중화해 준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고르매 냉국(구운 고르매를 김 크기로 잘라 온·냉수를 섞은 미지근한 정수기 맹물에 넣었다. 그냥 먹으면 짠맛이 강했던 고르매는 물에 희석되며 삼삼해졌다.

물에 풀린 고르매는 보기에는 매생이처럼 보인다. 투박하고 억센 질감은 덜하다. 매생이와 곱창 김을 섞은 듯하다. 짙은 바다향은 여전히 강한 고르매 냉국이다.)


고르매 김밥 싸는 모습(태백 한 분식집에서 부탁드려 마른 고르매 두 장으로 김밥을 싸 주셨다. 게맛살, 햄, 단무지를 빼고 싼 후 참기름을 발라 주신다. 들기름이 있었으면 발라주었을 거란 여사장님 말씀이 고맙다.)


고르매 김밥(마른 고르매에 삼삼하게 간한 따뜻한 밥을 깔고 깻잎, 달걀지단, 오이, 우엉, 당근 등 속재료를 넣어 말아 낸 후 참기름을 발랐다. 속재료와 밥의 간이 강하지 않아 짠맛 강한 고르매를 중화시켰다. 먹기 좋을 정도로 짭짤하다. 

고르매 특유의 짙은 바다향과 투박한 질감에 속재료의 다양한 식감과 맛이 어우러져 풍미를 배가한다.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바다의 맛을 흠뻑 담은 별미 김밥이다.)


"바롱이의 먹거리 머드러기_BEST 10"

 

바롱이의 먹거리 머드러기_BEST 10

[바롱이의 먹거리 머드러기_BEST 10] 표준국어대사전에 설명된 '머드러기'는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또는 여럿 가운데서 가

barongl.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