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쪽지/충청북도(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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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
겨울은 날씨로 오는 게 아니다. 갈무리한 콩으로 메주 띄우고, 청국장을 만들면 겨울이다. 부모님은 정확히 겨울을 아신다. 기다려야 하는 음식과 만드는 이의 연륜이 주는 시간의 힘. 때를 아는 힘은 본능이다.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 노란 메주콩을 콩대를 넣은 장작불에 삶는다. 밤에도 솥에 든 메주콩은 뭉근한 불기운을 품어가며 시나브로 익어간다.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기 위한 힘든 과정의 시작이다."솥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콩대를 태워 콩을 익힌다. 장작불 안 콩대는 하얀 연기를 하늘로 보내며 콩을 뜨겁게 익힌다. 콩은 솥뚜껑 아래 맑은 눈물을 맺은 후 뚝뚝 떨군다. 눈물은 콩대를 항해 흐른다. 콩대가 피워 올린 연기는 눈물이 깊은 속으로 내려가게 만든다. 서로 보이지 않지만 한 몸이었음을 아는 숙명의..
2024.12.08 -
추억은 손에 담긴 소중한 마음이다!
어머니가 기우신 일복을 입고커피 한 잔을 든 아버지의 손청국장을 만들기 위해 절구로 찧던 아버지의 손씨마늘을 까던 아버지의 손땅콩을 캐던 아버지의 손김장 날 수육을 삶기 위해 집된장을 휘휘 젓던 어머니의 손순두부가 눌러 붓지 않게주걱으로 젓던 어머니의 손집에서 물주고 기른콩나물을 손질하던 어머니의 손흙 묻은 겨울 냉이를손질하던 어머니의 손동그랑땡을 만들던 할아버지와 손녀의 손밤을 까서 먹이려는 할아버지의 손추석 송편을 빚던 할머니와 손녀의 손삶은 다슬기 속살을 까던 부녀의 손김장 날 김치를 담그던 가족들의 손복날 닭백숙을 먹던 가족들의 손추억은 손에 담긴 소중한 마음이다.다사로운 태양이 그 손에 함께 하길….
2024.12.05 -
'쓸모없는 사람'은 누구일까?
천연기념물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는 세조와 문신 류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나무다. 류윤은 단종이 폐위되자 벼슬을 버리고 무동(연제리)으로 내려왔다. 세조가 조정으로 불렀지만 자신을 모과나무에 비유하며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거부했다. 못 생겨서, 쓸모없어서 살아남은 모과나무는 묵묵히 자연의 순리대로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었다. 예쁨과 못생김을 되풀이하는 조용한 삶, 겸손한 삶, 수수한 삶, 평범한 삶은 500년 동안 고즈넉이 이어졌다.11월 14일 낙과한 열매를 주웠다. 500년 향을 품은 열매가 썩어가고 있다. '쓸모없는 사람'은 누구일까?
2024.12.04 -
아버지 무릎에서 보라색 해를 보았다?
아버지 일복 블랙홀을어머니가 보라색 해로 기웠다.겨울 커피 한 잔은 따뜻했다.
2024.12.02 -
소리의 흔적
첫눈 내린 나무에붙박이 여름 푸른 꿈을 꾸며고막을 찌르던 소리는 그때도 지금(只今)도 흔적만 나무에 새겼다."두번 울지 읺을거야?
2024.12.01 -
뒤집어봤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각자의 길로 떠난다.뒤집어봤다?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