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쪽지(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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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삼천동 곰솔과 고양이
"참담한 흔적을 품은 곰솔" 천연기념물 제355호 전주 삼천동 곰솔의 모습이다. 마치 현대설치미술작품 같다. 전주 삼천동 곰솔은 2001년 택지 개발이익을 노려 나무 밑동 여덟 곳에 독극물을 주입하여 전문가들의 정밀 조사에 의해 사망 진단을 받은 나무였다. 이후 2010년 섞은 중심 줄기를 방부 처리하고 열아홉 개의 가지를 잘라내 가짜 줄기로 대체하는 대형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대형 수술을 받은 반대편 4개의 가지는 지금도 솔방울이 달릴 만큼 잘 자라고 있다. 생사를 오간 곰솔은 인간의 개발과 성장에 경종을 울리며 참담한 흔적을 몸에 간직하고 여전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아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곰솔로 꼽혔던 천연기념물 전주 삼천동 곰솔의 옛 모습이다.(사진 출처:문화재청) "생과 사" 생과..
2020.11.21 -
은행나무와 할머니
2016년 10월 은행나무 중 가장 아름다운 수형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답사 가는 길이었다. 은행나무 아래 폐건물 문 앞에서 쉬시는 할머님이 보인다. 방석이 있는걸 보니 자주 앉아 계시는 자리인 듯 하다. 떨어진 노란 은행잎과 갈색 낙엽 뒤로 백발의 할머님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무슨 생각에 잠기셨는지 한참 앉아 계신다. 답사 후 나오다 보니 할머님은 보이지 않는다. 2016년 10월 중순 천연기념물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전경 2014년 11월 초순 노랗게 단풍 든 천연기념물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전경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먹거리"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먹거리 "대한민국 으뜸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167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 할 만큼 오래된 나..
2020.11.20 -
45년 추억을 간직한 김밥은 잊히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보다 잊히는게 슬프다, 기억을 곱씹다." 2020년 11월 4일 기차 시간이 남아 서울김밥집을 찾았다. 라면과 김치찌개, 된장찌개, 칼국수, 비빔밥, 만둣국 등을 판매하였다. 한두차례 찌개도 먹었지만 제천 여행 하면 일부러 들려 김밥을 주로 먹던 곳이다.서울김밥집은 제천남부신협 맞은편 대로변에 있던 김밥전문점이었다. 얼굴 고우시고 친절하신 1940년생 할머님이 45년 영업하셨다. 문이 잠겨 있고 출입문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글이 붙어 있다. 귀도 어두우시고 걸음걸이도 불편하신 주인 할머님이 다른 분들의 이른 아침을 50여 년 가까이 해오셨다. 연세도 계시고 건강도 좋지 않으셔서 오래 하지 않을듯한 예감은 들었다. 불과 10여 일 전에도 먹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사라졌지만 잊히지..
2020.11.12 -
시루섬의 기적
"시루섬의 기적, 14시간의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 충청북도 단양군 남한강 변 시루섬의 1972년 일어났던 이야기다. 1972년 8월 19일 15시, 남한강의 갑작스런 범람으로 증도리(시루섬)는 고립되었다. 44가구 250여명 주민은 불어나는 물을 피해 가장 높은 곳까지 쫓겨 갔다. 설상가상으로 어두워지는데 한 가닥 동아줄치럼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5년 전 만들어진 높이 7미터 지름 4미터의 물탱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다리 2개를 엮어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며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청년들은 바깥에서 팔을 걸어 안전띠를 두르고 안으로 노약자를 밀어 넣었다. 아이들은 어른 어깨 위로 올라섰고 어른들은 손을 들어서 간극을 좁혔다. 콩나물시루보다도 더 빽빽한 밀도를 견디면서 몸이 점차 감각을 잃어..
2020.10.30 -
할머니와 낙엽
"할머니와 낙엽" 충청북도 단양군 읍내 시내버스 정류장 부근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나무에 단풍은 무르익어 잎을 바닥으로 떨구고 있다. 연세 계신 할머님의 살아오신 인생은 알 수 없지만 도로 위를 뒹굴고 있는 낙엽과 할머니가 오버랩되며 모습이 더 쓸쓸해 보이신다. 거기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마스크도 쓰고 계신다. 예전처럼 숨이라도 편하게 쉬며 이 가을을 느끼셨으면 좋았을 텐데... 나무는 오랫동안 늘 그랬듯이 단풍을 만들고 땅에 떨어뜨려 낙엽을 만든다. 할머님도 익숙하게 가을을 나실 거다. 추운 겨울 잘 보내시고 내년엔 마스크 없는 할머니가 살아오신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길 바래본다.
2020.10.29 -
세월의 흔적, 노포의 간판
노포(老鋪)의 간판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다. 간판이 낡거나 없는 곳도 있다. 그래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그게 노포다. [충남 공주 할매보리밥집] 공주고등학교 후문 현대수퍼 골목 노부부가 운영 하시는 보리밥집이다. 대문 뒤에 할매보리밥집 옛 간판으로 보이는 낡은 간판이 있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옛 간판은 사용하지 않는 대신 들어오는 입구와 대문 앞에 상호가 쓰인 작은 간판이 있다. [강릉 주문진 철뚝소머리집] 강릉 주문진 보성병원 건너편 골목 옛 철 둑길에 간판 없이 차린 소머리국밥집이다. 식당 밖에 있는 메뉴를 적은 입간판이다. 예전엔 지금보다 많은 메뉴를 파신듯 하다. 외부와 내부 공사를 조금 하였다. 식당 들어가는 문 위에 상호가 쓰여 있다. 따로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전북 진안 왕대포]..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