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쪽지(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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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들의 감로수, 속초 금강굴 석간수
"신선들의 감로수" 속초 설악산 금강굴 안에 있는 석간수다. 세 차례 맛을 보았다. 땀 흘려 가파른 길 올라 먹는 시원하고 상쾌한 석간수. 신선들이 마셨다던 감로수가 있다면 이 맛이 아닐까? 6월말 무더운 날씨에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붉어지며 땀도 줄줄 흐른다. 입안에 단내가 날 정도로 올라 마신 석간수다. 금강굴(암) 스님이 고생 하셨다며 물을 권한다. 물에도 단내가 난다. 단어는 같은데 다른 단내다. 시원하다. 물이 많이 흐르지 않는다. 아껴 마셔야 한다. 수질시험성적서나 이런거는 없다. 식수로 음용 불가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신다. 단내는 단내로 없앤다. 불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여기까지 온 큰 이유 중 하나는 탁 튀인 설악산의 경치를 보는 것과 석간수를 마시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 ..
2020.12.14 -
봄맛을 제치다, 겨울 냉이
"봄맛을 제치다, 겨울 냉이" 집 주변 들에서 캐온 겨울 냉이다. 황토빛 흙이 묻은 겨울 냉이 이파리가 푸르고 불그스름하다. 냉이잎 붉은빛은 탄수화물이 지방질로 바뀌어 추위를 막으려는 생리작용이라고 한다. 겨울 냉이는 추위를 이겨가며 땅속 뿌리에 맛을 가득 채운다. 흙을 털어내고 깨끗이 씻는다. 녹색과 붉은빛을 띠는 잎 아래로 잔털이 난 하얀 뿌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입에 넣고 사근사근 씹는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감친다. 겨울 냉이의 단맛은 향긋한 봄의 향을 제친다.
2020.12.08 -
어머니 음식 맛의 시작, 메주 띄우기
깨끗이 씻은 메주콩을 솥에 넣고 장작불에 뭉근하게 삶는다. 밤에도 솥에 든 메주콩은 뭉근한 불기운을 품어가며 시나브로 익어간다. 노란 메주콩이 삶아진다. 하얀 김에 구수함이 묻어 올라온다. 한알 씹어 맛을 보니 달금하고 구뜰하다. 삶은 콩을 으깨고 발로 밟아 메주틀에 넣어 네모지게 성형한다. "된장의 시작, 메주 말리기" 메주틀에 네모지게 성형한 메주를 볏짚 위에 얹어 말린다. 말린지 이틀 지난 메주다. 연한 갈색에서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하얀 곰팡이가 표면에 생겼다. 메주를 볏집에 묶고 망에 담아 매달아 띄운다. " 어머니 음식 맛의 시작, 메주 띄우기" 3월 장 담그기 전 메주 말리는 모습이다. 가을철 수확한 메주콩을 씻어 불린 후 물을 넣고 삶아 으깨고 발로 밟는다. 메주 틀로 네모나게 성형 후 볏..
2020.12.07 -
비닐에 포장된 수저
"비닐에 포장된 수저" 2016년 11월경 원주 역전 분식집에서, 아침으로 김밥을 먹었다. 바로 옆집은 먼저 생긴 "김밥"이 들어간 상호를 쓰는 잘 알려진 곳이고, 이 집은 "김촌떡볶이"란 상호를 사용했지만, 메뉴는 서로 많이 겹첬다. 인지도와 후발 업체라 경쟁이 쉽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일반 김밥을 주문핬다. 2,000원짜리 김밥이지만 채 썬 달걀지단, 채 썬 당근 등 속 재료를 보고 손이 많이 갔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더 놀라운건 깨끗하게 씻은 수저를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 보관하다가 내준거다. 분식집에선 처음 본다. 손이 많이 가지만 하신다. 코로나 19시대인 지금도 대부분 식당은 그냥 큰 통에 수저를 같이 담아 두는게 현실이다. 원주 여행하며 그때 기억이나 다시 찾았다. 상호도 없어지고 텅..
2020.12.04 -
작은 나무 한 그루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작은 나무 한 그루" 시내버스 정류장 앞 크고 굵은 플라타너스 나무 사이에 작은 나무 하나가 있다. 플라타너스로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다. 심은 건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자란 건지도 알 수 없다. 7월경 눈에 띈 이후로 태풍, 폭우가 지날 때마다 살아남았는지 관심을 두게 됐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큰 나무와는 다르게 아직 푸른 잎이 많이 남아 있던 10월의 모습과 12월 말 눈 내린 날의 모습이다, 오래오래 잘 자라길 바라본다.
2020.11.25 -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부여 한 식당에 쓰인 글귀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안 찍으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피하시는 할머니와 며느님인지,따님인지 인상 좋으신 여자분...
2020.11.24